[독후감]내 마음의 헬레보르스를 찾아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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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일 22-09-17 12:2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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게다가 할머니마저 내가 아주 어릴 때 돌아가셨기 때문에 아무것도 몰랐을 아기의 눈동자에 비친 할머니의 모습이 훌쩍 커버린 열다섯살 소녀의 머릿속에 남아 있을 리 없다. 아니, 아예 눈이 오지 않는 겨울도 있었다. 표지도 예쁘고 신비로웠으며, 겉껍질을 벗기면 마치 눈처럼 하얀 속살을 내비치는 것이 마음에 쏙 들었다. 손바닥에 닿으면 사르르 녹아버리는,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눈! 그런데 겨울만 되면 첫눈을 기다리는 우리들의 바램과는 달리 요즘들어 부쩍 눈이 오는 횟수는 더 줄어들고 말았다. 내가 옥수수알을 코로 넘기는지, 입으로 먹는지도 의식하지 못한 채, 나의 감정을 세바스찬의 생각과 일치시키기 위해 모든 감각을 총동원했던 것이다.
할아버지는 아빠가 다섯 살 때, 돌아가시고 말았다. 종종 엄마가…(drop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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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독후감]내 마음의 헬레보르스를 찾아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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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. 하지만 안타깝게도, 사실상 그러기에는 무리가 있었다.
나는 특이하게도 본의아니게 이 책을 옥수수를 먹으면서 보게되었다. 처음 책을 집어들었던 건 단순히 그 이유 때문이었으리라. 내가 책의 내면에 얼마나 열광하고 감탄할지도 모른 채로 말이다. 나는 병마와 싸워보기는커녕, 입원경력 한 번 없는 아주 튼튼한 아이이다. 그래서 친구들과 나는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으면 하는 소망은 일찍이 접고, 바람에 흩날리는 진눈깨비라도 왔으면 하고 간절히 빈다. 또한 할아버지, 할머니의 따뜻한 정을 잘 모를 뿐만 아니라, 시골이라는 정겨움에 심취할 줄도 모르는, 파리에서의 세바스찬처럼 도시에 젖은 말그대로 도시 아이다. 아빠는 우리 집에서 네 시간 거리인 시골집까지 키위밭일을 하러 가시곤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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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독후감]내 마음의 헬레보르스를 찾아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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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 마음의 헬레보르스를 찾아서
내가 살고 있는 부산에는 한겨울에도 눈이 잘 오지 않는다. 이런 나에게 ‘그해 겨울엔 눈이 내렸네’ 라는 title proper(제목)을 가진 이 책은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. 항상 세바스찬의 든든한 벗이 되어주었던 밀어꾼 할아버지와는 달리, 나는 할아버지의 얼굴조차 모르는 손녀아닌 손녀다.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유일한 흔적은, 바로 텅 빈 시골집 옆에 있는 작은 키위밭이다.
